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How-to-work-with-ME/v1/

Quill. 2020. 5. 17. 15:22

어떤 스타트업 대표가 쓴 글과 그 글에 대한 소감을 남기려고 한다. 그 글은 글쓴이 본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는데, 자신과 일을 하기 위한 일종의 규약을 나열한 자기소개서였다. 제목은 "John API v1", 대략 이런 느낌이었다. 그 안에는 자신이 어떤 매체를 통해 연락하는 것을 선호하는 지, 주요 업무 시간이 어떻게 되는 지, 그리고 성격유형검사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나와있었다. 크게 MBTI와 DiSC 진단에 대한 결과와 그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그래서 동료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사람과 '잘' 일하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을 아껴 줄 수 있었다. 동료들을 위한 '나' 사용설명서인 셈이다. 그 스타트업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다보니 더 재미있는 표현을 위해서 자신의 이름 뒤에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버전 1이라는 프로그래밍 용어를 붙여서 문서 제목을 지었다. 개발자들이라면 살며시 미소지을만한 재치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전 직장에 들어가서 처음으로 세미나를 했을 때였다. 기술적 이해 수준과 발표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신고식 같은 것이었다. 발표 자료를 준비했는데, 당시 발표자료 첫 장의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몇 가지 내용이 더 있었으나 공개하기 부끄러워서 빼고 옮겼다.

시작하기 전에
  Wiki
  Coffee & Beer

‘위키(Wiki)’는 문서와 공유를 중심으로 협업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커피와 맥주’는 차를 마시거나 치맥을 하면서 지식교류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꼭 모든 프로그래밍이 책상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오히려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 창의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고생한 동료들과 맥주 한 잔 함께 하면서 공동의 결과물을 함께 기뻐하는 것만큼 엔지니어(Engineer)로써 기쁜 일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 자료는 2011년에 작성한 세미나 자료였다. 물론 그 분이 작성한 API v1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협업을 위해 자신을 소개한다는 맥락이 같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한 참의 세월이 지났지만, 그 시절에 내가 왜 저런 글을 썼는 지 의도를 잘 기억하고 있다. 협업하기 위해 먼저 악수를 내미는 그런 행위 였다.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어떤 스타트업의 대표가 자신을 동료에게 소개하는 글을 보면서 아주 많이 공감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저와 함께 일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서'를 만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공지사항